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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근 건축을 통해 본 시간을 담는 건축건축/Projects 2020. 11. 13. 02:06
우리가 눈을 가만히 감고 있을 때에는 시간의 변화를 바라보지 못한다. 반면 하루의 평균 16시간 이상을 깨어있는 우리는 시각적으로 시간의 변화를 인지하며 살아간다. 아날로그시계의 초침,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의 변화 등 시간을 시각화하는 것들은 우리들 주변에 알게 모르게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
이처럼 건물 또한 건축가가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자연스럽게 시간을 받아들인다. 그것을 시각화 할 수 있는 많은 방법들이 존재하고 앞으로도 탄생하겠지만, 그중에서도 파사드를 통하여 시간을 담는 방법에 대하여 김수근의 건축을 통해 말하고 싶다. 한국의 1세대 건축가 김수근은 그가 설계한 건물의 파사드를 통해 시간을 담으려 하였고, 그는 건물의 파사드를 통하여 시간을 담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먼저 그가 살아생전 그의 사무실로 사용하던 서울의 공간사옥(현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의 파사드를 통하여 그는 벽면녹화를 시도하였다. 건물의 파사드 위에 덮인 식물은 에너지 절감 효과라는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건물의 시간을 담는 방법 중 하나이다. 우리는 건물을 덮은 식물들의 변화를 보면서 한국의 뚜렷한 사계절을 일 년 내내 감상할 수 있다.
파사드의 변화, 공간사옥, 서울 (사진출처=https://froma.co.kr/133 /https://siegfahrenheit.tistory.com/612) 또한 김수근의 건축물 중 대학로의 아르코 예술극장의 파사드는 붉은 벽돌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이 평평한 파사드의 군데군데 튀어나온 벽돌들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하루의 햇빛을 담으며 나름의 해시계 역할을 해준다. 햇빛이 들어와 생긴 그림자의 변화로써 김수근은 건축물의 파사드에 하루라는 시간을 담아내었다. 건물이 시간을 담는 기능은 역사와 향수를 보존하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아르코 예술극장의 파사드, 서울 (사진출처=https://brunch.co.kr/@seonarchi/121) 고개 들어 하늘 조차 볼 여유가 없는 서울의 삶 속에서 우연히 이러한 디테일을 보고 건물들을 지나친다면, 매일 별생각 없이 지나치던 건물들이 조금은 재미있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Archivity - 강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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